2025년 11월 16일 기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총선 공천 규칙, 사무총장단 교체, 당헌·당규 개정 등 굵직한 아젠다를 병렬적으로 다루며 연일 강도 높은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박준태 최고위원이 제기한 원외 청년지분 확대와 나경원 전 의원의 범죄수익 환수·재산 가압류 관련 발언은 당내 세력 균형, 윤리적 책임론, 실질적 제도화 가능성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두 인물 간 공감과 긴장, 최고위 내 역할 분담이 어떻게 조정될지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준태 최고위원, 정책위원회와의 충돌 속 ‘세대 정치’ 실험
박준태 최고위원은 2024년 당내 청년정책특위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들어 ‘공천제도 30% 청년쿼터 도입’과 ‘청년원외당협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를 공식화했다. 9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으로 이 안을 밀어붙이자, 정책위원회 일부는 “정책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박 최고위원 측은 ‘원외 청년정치 인큐베이팅’이야말로 총선 승부수라고 강조했지만, 반대 진영은 ‘증명되지 않은 실험’이라는 회의론을 고수했다. 10월 말 회의록에 따르면 박 최고위원은 “개혁 의지가 없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보수정당일 수 없다”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고,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사실상 선언적 탈권위”라며 호평과 비판이 엇갈렸다. 당 대표실은 공식적으로 절충안을 모색했으나, 공천심사위 구성 방향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시한만 다가오는 양상이다.
나경원 전 의원, 범죄수익 환수 구상으로 다시 전면에
나경원 전 의원은 2023년 말 ‘저출생 대책’과 대통령실과의 관계설정에서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뒤, 2025년 들어선 ‘범죄수익 환수 및 재산 가압류 전담기구’를 화두로 삼아 정치적 재부상을 시도하고 있다. 8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마약·보이스피싱·불법도박 등 범죄 수익이 매년 15조 원 이상 추정되지만 실제 환수율은 2%대에 머문다”며 ‘국가실질이득환수청(가칭)’ 신설을 제안했다. 이른바 ‘나경원법’ 군불이 붙자, 법사위·기재위 소속 중진들은 “조세저항과 과잉입법 우려”를 제기했고, 당내 강경파는 “당장 입법을 추진해 민심을 선점하자”고 응수했다.
9월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세션에서 나 전 의원은 구체적 로드맵으로 ①전담청 설치 ②유관기관 특별수사팀 증원 ③피의자 재산 가압류 간소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법률자문단은 “기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며 회의적 의견을 달았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민생 공약 차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TF→특위→전당적 논의’ 3단계 절차를 확정했다.
외부에서는 여전히 진정성을 두고 냉온 교차 평가가 이어진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최근 5년간 몰수·추징 집행률이 평균 29%인데, 그마저도 일부 고액 경제범죄에 한정돼 있다”며 실무적 한계를 지적했다. 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도둑맞은 세금을 돌려받자’는 해시태그가 한때 트렌드 1위를 기록하며 ‘환수’ 키워드가 대중적 호소력을 얻었다. 나 전 의원은 10월 초 국회 토론회에서 “정치인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전수조사 대상에 넣겠다”고 언급해 여러 동료 의원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선 공천권이 걸린 시기에 재산 검증·환수 논의까지 겹치면 내상(內傷)이 크다”면서도, “민심 잡기 카드를 외면하기 어려워 결국 부분 타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최고위는 연말까지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안)’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신년 회기 중 처리 방식을 모색할 전망이다.
재산 가압류 공방과 법률 리스크, 당·정·청 삼각관계에 미칠 영향
재산 가압류를 둘러싼 공방은 정치적, 법률적, 제도적 리스크를 한데 묶어 폭넓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최고위원회의 내부 논의만으로는 ‘입법·사법·행정’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피의자 재산 동결·가압류에 필요한 법원 인력과 전담수사관, 그리고 금융정보분석원의 추가 시스템 도입 예산이 향후 3년간 최소 7,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런 재정 부담은 ‘작은 정부’를 지향해 온 보수정당의 기조와 충돌하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 범죄수익 환수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침해 소지도 논란거리다. 대한변협 인권위는 “몰수·추징 절차는 확정판결 후 집행이 원칙인데, 가압류가 빈번해지면 무죄 추정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 법원에 접수된 불복 신청 건수는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제도적 불확실성이 신뢰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세 번째로, 당·정·청 사이 이해관계 조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부정부패 청산’ 기조에 힘을 실으면서도, ‘법치주의 훼손’ 비판을 의식해 공개 지침을 자제하고 있다. 반면 총리실 및 행안부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연동되는 ‘지자체 차원의 환수·처분권 강화’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런 엇갈린 시그널은 당 지도부, 특히 최고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해석 여지를 더욱 넓혀 주고 있다.
결국 핵심은 ‘실효성’과 ‘공정성’이라는 양대 키워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25년 정기국회 폐회(12월 9일) 직전까지 논의가 실질 입법으로 귀결되지 못하면, 나경원 전 의원이 모처럼 잡은 의제 선점 효과가 반감되고, 박준태 최고위원의 청년·개혁 프레임 역시 빛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이 제도 설계와 사회적 수용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향후 한 달 남짓이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